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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공시가 현실화 폐지' 논란.. "애초에 잘못" vs "부자감세"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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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4-03-26

윤석열 대통령 "법개정할 수 없다면 폐지와 같은 효과 나올 수 있도록 할 것" 홍기용 교수 "90%까지 끌어올리는 건 무모한 짓" 오문성 교수 "공시가 현실화 폐지 찬성.. 본래 기능으로 돌리는 것" 정세은 교수 "고가 주택일수록 더 많은 감세.. 부동산 가격 상승 문제도" 이동건 교수 "현실화 폐지는 잘못.. 윤 정부, 시장주의인데 거꾸로 가"

조세일보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총선을 앞두고 '공시가격 현실화' 논란에 제대로 불이 붙었다. 불을 지핀건 윤석열 대통령. 윤 대통령은 최근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폐지를 천명하면서 "법으로 개정할 수 없다면 폐지와 똑같은 효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치권은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애초부터 무리한 정책이었다는 의견과 고가의 부동산을 가진 소위 '부자'들만 혜택을 볼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뭐길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마련됐다. 부동산 시세와 공시가격의 차이가 너무 벌어진 데가 지역과 주택유형별로 시세반영률의 간극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2035년까지 시세의 90%까지 공시가격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의 골자. 실제 10억원에 거래되는 아파트라면 9억원을 기준으로 세금, 건보료 등을 거두겠다는 것이다. 정부 발표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공동주택의 시세반영률은 70% 내외에서 머물고 있다.

하지만 얼마 못가 집값이 급등하면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거센 역풍을 맞았다. 2021년과 2022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년보다 각각 19.05%, 17.20% 증가, 결과적으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가파르게 증가했기 때문.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제대로 실현되기도 전에 '세금폭탄'의 주범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 정부는 이점을 파고들며 정권을 잡기 전부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무산시키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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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도시혁신으로 만드는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주제로 열린 스물한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더 이상 국민들께서 마음 졸이는 일이 없도록 무모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에 대한 절차가 진행됐다. 2022년 11월 국토부는 집값 급락에 따른 실거래 역전과 국민 부담을 고려해 2023년 공시에 적용되는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돌리는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지난해 11월 현실화율을 당초 계획인 75.6%보다 6.6포인트 낮은 69%로 결정했다.

국토부는 "현실화 계획을 통한 공시가격 산정 방식은 공정한 공시가격에 대한 일반적인 기대와 실제 공시가격이 괴리되는 결과를 낳아 신뢰도 저하 문제를 유발했고, 부동산 시장 급변 가능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아 부담이 급증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4개월 여가 지난 시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를 공식화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민생토론회에서 "과거 정부는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오르자 이를 징벌적 과세로 수습하려 했다"며 "특히 공시 가격을 매년 인위적으로 상승시키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시행했는데 곳곳에서 엄청난 부작용이 드러나고 국민의 고통만 커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정부에서 5년간 공시가격을 연평균 10%씩 총 63%까지 올렸다"며 "결과적으로 집 한 채를 가진 보통 사람들의 거주비 부담이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개정 전이라도 여러 가지 다양한 정책 수단을 통해, 폐지와 같은 효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도 나왔듯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폐지하기 위해선 법개정이 필요하다. 야당의 거센 반발의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최근 논평을 통해 "세수결손 위험은 높아지고 나머지 부족 세수는 다른 시민들이 메울 수밖에 없게 된다. 윤석열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 계획은 부동산 과세 정상화 포기 선언이자, 무모한 부자감세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경우 지난 대선 패배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 '부동산 문제'이기에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민주당은 대선을 앞두고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한 유보를 검토하기도 했다. 다가올 총선 결과에 따라 현실화율 폐지에 대한 윤곽이 점차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 "70%가 적절" vs "조세정의 차원에서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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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홍기용 인천대 교수,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 정세은 충남대 교수, 이동건 한밭대 교수.
 
전문가들의 입장은 찬반으로 나뉘어 팽팽히 맞서고 있는 모습이다. 공시가격을 시장가액에 최대한 근접하게 맞추는 것은 애초 공시가격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조세정의 차원에서 공시가격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시가격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토지보상 등 67가지 행정제도 기초자료로 사용되는 지표다.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기도 하다"라며 "공시가격이 시세에 따라 들쑥날쑥하게 되면 불확실성이 커져 관련된 공공요금이 크게 영향을 받아 사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난 정부가 현실화율을 90%까지 끌어올리려고 했던 것은 무모한 짓이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시행령을 통해 국토부 장관이 올렸다가 내렸다가 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이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공시가격은 시세를 찾기 위해서 만든 숫자가 아니고 여기에 연동된 부동산 보유세와 건강보험료·기초연금 등을 부과하기 만든 숫자다. 그래서 공시가격은 항상 시세보다 낮은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 것인데,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를 시장가액에 맞추겠다고 했다"며 "공시가 현실화 폐지는 공시가격을 본래 기능대로 돌리겠다는 뜻으로 생각한다. 공시가는 보통 시세의 60~70%가 적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했던 이유는 조세정의 차원이 컸다"며 "현실화율이 70%라고 해보자. 집값이 30억원이면 9억원을 뺀 21억원에, 10억원이라면 3억원을 뺀 7억원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뜻이다. 당연히 고가 주택을 가진 사람일 수록 보유세 등에 대해 더 많은 감세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물자산이 아닌 자산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가계부채가 발생하고 임대료도 오르는 등 서민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현실화 폐지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동건 한밭대 회계학과 교수 역시 "다소 반대하는 입장이다. 공지가격 현실화 계획을 폐지하는 방향은 잘못된 것 같다"며 "윤석열 정부는 시장주의인데, 오히려 거꾸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부자들이 내는 세금을 깎아주는 격이라 서민들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며 "시세라는 게 수시로 변하는데, 시세의 90%를 공시가격으로 한다면, 시세가 내렬갈 때는 오히려 공시기격이 더 높아질 수 있다. 70%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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