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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간이과세' 확대 발언에 전문가들 '갸우뚱'.. "폐지해도 모자랄 판"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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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4-04-02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 2억원으로 상향할 것" 과거 조세재정연구원 "제도의 지난친 확대 경계해야" 교수들 "간이과세제도는 부가세의 예외적인 제도.. 폐지해야"

조세일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부산 사상구 사상역 앞에서 김대식(부산 사상구)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날 한 비대위원장은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적용 기준을 2억원으로 상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1일 부가세 간이과세자 적용 기준을 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일부 생활필수품 부가가치세율(이하 부가세)을 현행 10%에서 5%로 인하하겠다고 공언한 지 나흘만이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내던진 포퓰리즘성 공약이라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여당 비대위원장의 발언이기에 기획재정부는 진지하게 검토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간이과세 확대에 대한 문제는 오래된 논쟁거리다.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탈세를 나라가 공식적으로 눈 감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공평과세' 문제가 늘 도마 위에 올랐던 것. 여기에 지난해부터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세수부족' 문제 또한 깊이 연관되어 있는 상황이라, 기재부의 고민이 이민 저만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들린다.

간이과세제도는 정상적인 부가세의 예외적인 제도라는 점은 분명하다. 제도의 지나친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항상 나오는 이유다.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은 과거 간이과세 기준금액을 높이는 것에 대해 "특수한 상황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면서 "제도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되는 것은 간이과세제도의 지난친 확대를 경계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학계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원칙을 깨고 예외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자영업자 표심 잡기 좋은 간이과세제도?

간이과세제도는 1977년 부가세 도입 이후 과세특례 형태를 거쳐 2000년부터 현재와 유사한 형태로 소규모 사업자에게 적용되고 있다.

간이과세자는 부가가치율이 15~50%로 100%가 적용되는 일반과세자에 비해 부가가치율이 낮다. 때문에 매출세액이 훨씬 적게 산출된다. 일반과제자는 매출액의 10%를 부가세로 내는 반면, 간이과세자는 매출액의 1.5%~4%를 부가세로 내먄 된다. 부가세 신고도 1년에 2번 신고하는 일반과세자와 달리 1월에 1번만 하면 된다.

간이과세의 연매출 기준금액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 20여년 만에 기존 48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상향조정됐다. 개정 전에는 소규모 사업자들의 납세협력비용 경감을 위해 세금계산서 발급의무 면제를 적용했으나, 개편된 내용에는 간이사업자들도 세금계산서 발급 의무가 포함됐다.

최근에는 기준금액이 1억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올해 초 시행령 개정을 통해 기준금액을 현행 8000만원에서 1억400만원으로 올리기로 한 것.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기준 상향을 언급한 후 기재부가 이를 구체화했다. 20년간 요지부동이던 기준이 4년 만에 다시 올랐고, 개정된 시행령은 오는 7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지난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한술 더 떠 간이과세 기준 금액을 2억원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날 부산 사상구 지원 유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민생 토론회에서 (간이과세) 기준을 1억4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했는데, 저는 2억원까지 파격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부가가치세법 개정이 필요하다. 법 개정 없이 정부가 시행령을 바꿔 조정할 수 있는 범위 상향이 1억400만원까지다. 총선에서 승리해 2억원으로 상향하겠다"고 약속했다.

간이과세 적용 대상의 파격적인 확대는 국민의힘만 주장한 것은 아니다. 기준금액 상향이 한창 논의 중이던 지난 2020년, 총 11명의 의원이 간이과세 기준과 관련한 법안을 발의했는데, 당시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평균 연매출액은 1억345만원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2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 "과세체계에 맞지 않는 제도" 전문가들 한 목소리 비판

표심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정치권의 생각과 달리, 간이과세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과 정부는 늘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해 왔다. 쉽게 말해 '탈세'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상자 확대는커녕, 결과적으로 간이과세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20대 국회에서 간이과세 개정에 대한 논의가 마지막으로 이뤄졌던 당시 한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간이과세는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부가세를 대납하지 않을 수 있도록 예외를 둔 것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조세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유리지갑이라고 불리는 직장인들과 비교해서 바람직한 방식은 아니다. 오히려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 다른 방식의 지원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또한 "간이과세 기준금액을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계속 유지했던 것은 예외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이를 늘린다면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는 사업자가 늘어나 일반과세자는 세금계산서를 받지 못하게 되고 정부는 얼마나 매입이 있었는지 포착하기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 역시 지난 2022년 보고서를 통해 간이과세제도확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는 낸 바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간이과세제도는 영세 개인 사업자들을 지원하는 목적을 지닌 부가세의 예외적인 제도로서, 지나친 확대 적용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영세 사업자들의 납세협력비용 경감이 주된 목적이지만, 실질적으로 세부담 경감의 목적도 포함한다"고 했다.

이어 "이에 따라 사업자들은 세부담 경감 유인에 반응하고자 효율적인 의사 결정을 왜곡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간이과세 기준금액 상향조정 개편은 특수한 상황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으며, 업종별 부가가치율 조정, 세금계산서 발급의무 부여 등의 보완책 마련은 간이과세제도의 지나친 확대를 경계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학계에선 간이과세 적용 대상 확대에 찬성하는 입장을 찾기 힘들 정도다. 태생부터 예외적인 제도라, 무엇보다 원칙 중시하는 학계의 입장과 부딪히는 면이 많기 때문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당연히 간이과세 확대에 반대한다. 근거과세와 공평과세에 대한 문제가 있다"면서 "연매출 2억원이면 한달에 1600만원을 넘게 번다는 건데 간이과세는 정말 영세한 사람을 위주로 돕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간이과세제도는 사실 축소 또는 폐지가 맞다"며 "부가세는 거래흐름에 따라 과세하는 건데, 간이과세제도는 세금 추적에도 어려운 점이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누가 주장하든 간에 간이과세제도 확대는 반대다. 과세체계에 맞지 않는 제도다"라고 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간이과세제도는 부가세 원칙의 예외를 안정하는 거라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준금액이 인상되면 다시 되돌릴 수도 없다. 원칙을 흔들면서까지 확대를 하는 것은 반대"라고 말했다.

이어 "영세 자영업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 자체에 반대는 아니다. 하지만 부가세 원칙에 손을 대는 것은 우려스럽다. 세제를 통해서가 아니라 지원금이나 재정지출로 지원을 해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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