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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제 대세인데 '출산지원금 탈세 악용' 어쩌나?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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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4-03-06

정부, 비과세 대상서 지배주주 특수관계인 제외 회사·직원 합의로 성과급을 지원금으로 포장 가능 "국세청 집행으로 한계..보다 정교한 규정 필요"

조세일보
◆…기획재정부가 있는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사진제공 기재부)
 
정부가 기업이 직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을 전액 비과세하기로 하자 이를 탈세 용도로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이런 우려를 고려해 비과세 혜택을 받는 직원의 범위에 지배주주의 특수관계인은 제외하기로 했다. 하지만 회사와 직원 간 협의로 기본급을 낮추는 대신 각종 복지혜택을 출산지원금으로 포장해 기업은 법인세를, 직원은 근로소득세를 줄이는 '악용 사례'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6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을 전액 비과세하는 내용으로 소득세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6세 이하 자녀의 출산·양육지원금을 월 20만원(연간 240만원) 한도로 비과세하고 있는데, 출산지원금에 대해서는 그 한도를 없앤기로 한 것이다.

직원이 출산 후 2년 내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이 비과세 대상이다. 비과세 한도는 없지만 지급횟수는 2회로 제한한다. 이미 지급된 지원금에 대해서도 올해 1월 1일자로 소급 적용한다.

정부는 앞서 법인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기업이 직원에게 출산지원금 또는 양육지원금을 지급하면 해당 지원금을 손금산입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앞으로 기업이 직원에게 출산지원금을 지급하면 이는 인건비로서 비용으로 인정돼 기업 입장에서는 법인세를 줄이는 효과를 얻고, 직원은 근로소득세 부담을 덜게 된다.

정부가 국가소멸 위기 우려까지 낳는 저출산 쇼크를 타개하기 위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전액 비과세 조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상황이 엄중한 만큼 파격적인 세제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분위기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비과세 제도를 탈세 루트로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 점을 고려해 지배주주의 특수관계인은 세제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여기서 특수관계인은 국세기본법과 소득세법 등 세법에서 정해진 기준에 따른다. 국세기본법 시행령 등에서는 4촌 이내의 혈족, 3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사실혼 포함), 임원 등 특수관계인 범위를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조세 회피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과 근로자 모두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성과급이나 각종 복지제도의 명목을 출산지원금으로 바꿔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향후 출산 가능성이 높은 청년 채용 유인책으로 쓰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이 출산지원금을 주는 대신 기본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신입 직원의 세부담을 경감해주겠다고 나설 경우 빠른 자산 형성을 원하는 청년층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연봉제를 따르는 기업이 직원들과 협의 하에 제도를 악용하려고 할 경우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제도 악용은 법의 적용의 문제로,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해결하면 된다"면서 "조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성과급을 출산지원금으로 포장한 사례 등을 찾아 안 낸 세금은 추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세원 관리 범위에 들어가는 것으로, 국세청의 소득세, 법인세 담당 부서에서 1차적으로 확인과 검증을 하게 된다. 그래도 확인이 안 될 경우 세무조사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결과적으로 탈세 방지를 위한 추가적인 행정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과세 제도를 설계할 수는 있지만 민간기업의 경영에까지 간섭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기업의 임금 체계에 대해선 노사합의 그대로 인정해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기업의 악용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도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면서 "사회 정의에 부합하는 금액으로 비과세 한도를 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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