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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장려금 민원 줄이려면…"인식전환·제도개선 필요"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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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9-09-23

흔히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과 함께 국세청을 '4대 권력기관'으로 지칭한다.

이들 기관에 대한 뿌리 박힌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해당 기관 소속 공직자들의 노고는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곤 한다.

국세청이 꽤 오래 전부터 '대국민 서비스 기관'을 표방해 왔지만, 여전히 국민들의 국세청에 대한 근본적 시각이 달라지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 이야기를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일선 세무서 장려금 담당 국세공무원)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악성민원'과 싸우는 국세공무원들의 목소리를 담은 시리즈 기사를 시작한 계기도 이와 결을 맞추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물론, 국세청(본청) 지휘부 마저 장려금 행정과 관련한 악성민원이 당연하고 또 어쩔 수 없이 감당할 수 밖에 없는 일이라는 그 뿌리 박힌 인식을 전환하지 않는다면 일선 현장 국세공무원들의 괴로움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노력은 할 수 없는 일인 것인가.    

조직개편이 '능사'는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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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3월 6일 진행됐던 개인납세분야 관리자 워크숍에서 임환수 전 국세청장이 조직개편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려금 업무 폭주로 인력이 부족할 것을 대비해 일선 세무서 부가가치세과와 소득세과를 통합해 탄생한 개인납세과는 임 전 국세청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추진과제 중 하나였다. 하지만 장려금 민원에 시달리는 일선 직원들이 반발하면서 올해 개인납세과를 다시 분리하자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장려금과 관련된 악성민원 사례 한 두개 정도만 들어보면, 제3자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고통이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표면적으로만 '공직자'로서 그 정도 고통도 감내하지 못하느냐는 핀잔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세청 내부에서는 장려금 업무에 대한 직원들의 '원성'이 속된 표현으로 하늘을 찌를 지경까지 높아져 있다. 핵심 원인은 '악성민원'이다. 이러한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세청은 '조직개편'만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5년 근로장려금 대상에 자영업자가 포함되고, 자녀장려금 제도가 시행되면서 업무 폭증을 대비해 국세청은 일선 세무서 소득세과와 부가가치세과를 통합했다.

이전까지 소득세과만 장려금 업무를 담당했지만 소득세 신고 시기와 부가세 신고 시기가 다른 점에 착안, 부가세과 직원까지 장려금 업무에 투입시킨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조직개편의 효과는 3년도 채 되지 않아 흐지부지된 상황이다.

일선 세무서 개인납세과는 '지옥의 부서'가 된 형편이다. 국세공무원으로서 '전문성'을 키울 여지도 없는데다, 쏟아지는 악성민원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이 와중에 또 다시 조직개편을 돌파구로 삼을 태세다.

2015년 이전 체계로 환원(개인납세과→소득세과-부가가치세과)한다는 것이 조직개편의 골자.

올해 초 일선 세무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직개편 설문조사에서 91.4%가 소득세과와 부가가치세과 분리에 찬성표를 던졌다. 국세청은 현재 사실상 개인납세과 분리를 확정 짓고 조직개편 단행 시기만 저울질 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문제는 조직개편의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사실상 조직개편의 명분은 '장려금 업무 회피'라는 개인의 이기심이 담긴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도출된 것이라는 평가인데 조직개편은 악성민원 축소 등 근본적 문제 해소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장려금 업무를 국세청이 아닌 복지 담당 기관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본청이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실제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김현준 국세청장이 후보자로 지명(5월28일)된 후인 지난 6월 국세청 직원 161명을 대상으로 '새 국세청장에게 바란다'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유사한 의견들이 상당히 많았다.

설문조사 당시 A국세공무원은 "현장에 와 보라. 많은 직원들이 과도한 업무로 인해 극도로 지쳐있다"며 "장려금 제도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데 국세청 본연의 업무인 징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장려금 업무를 복지 담당 기관으로 넘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B국세공무원은 "장려금과 학자금대출상환 업무 등 사회복지 업무와 신고창구에 시간을 빼앗기다보니, 세무공무원 자질을 떨어뜨리고 악성민원을 유발시키고 있다"며 "직원들은 자존감이 떨어져 회복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복지 업무는 타 부처로 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민업무 공무원은 감정노동자…인식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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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려금 관련 악성민원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이를 축소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은 일선 현장 직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일반 국민들에게 대민업무 담당 공무원은 '감정노동자'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캠페인 등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국세청 내부의 목소리가 형성되고 있다. 

그동안 공공기관에서 대민업무 담당 공무원을 감정노동자 범주에 포함하지 않았지만, 최근들어 대민업무 담당 공무원을 감정노동자로 인식, 상당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들을 대상으로 여러 보호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일례로 충북도의회는 도청 또는 산하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감정노동자 보호 등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 예고하기도 했다. 조례안에 따르면 도지사는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계획수립과 상담프로그램 운영, 권리 침해 시 형사고발 또는 손해배상 소송 등의 대응책을 담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한경영정보학회지에 실린 '공공기관 감정노동자의 표면행위와 감정소모(저자 : 한수진·강소라 호서대 경영학부 부교수)' 논문에 따르면 ▲천안시청 ▲아산시청 ▲종로구청 ▲평택시청 등 소속 대민업무 담당 공무원 2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감정노동자에 대한 교육이 부재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논문은 "현재 공무원들 대상의 감정노동에 대한 교육이 부재하며 이를 통한 부정적 효과에 대한 관리가 미흡한 상황으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감정노동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대민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의 직무 스트레스 및 직무 소진의 상황을 정기적으로 체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 기업들에서는 정기적인 상담과 정서적 치유를 통해 종업원들의 삶에 대한 질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민원담당 공무원들의 감정소진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제공되어야 한다"며 "또한 조직은 보상, 업무 조건 등 공정성에 대한 인식을 향상시키는 정책을 통해 직원이 조직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인식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가장 많은 악성민원이 몰리는 재산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가구별 신청 체제를 인별 신청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행 법상 배우자라고 하더라도, 민감한 개인정보는 공개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지만 장려금의 경우는 신청대상이 가구 단위이기 때문에 모든 가구원의 재산을 합쳐 총 2억원이 넘으면 장려금 수급대상에서 탈락한다.

일선 직원들은 장려금 신청시 가구원 재산공개 동의서 등을 받도록 한다면 이러한 '무지'와 '함구'에서 비롯된 악성민원을 크게 줄일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는 현행 제도를 개편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본청이 주도적으로 개선책 마련 및 유관기관 협의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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