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

안 쓰거나 못 쓴 돈, 작년에 18조…朴정부 이후 최고치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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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3-06-14

나라살림연구소, '2022회계연도 결산분석' 이월·불용액 전년대비 각 26.8%·54.5%↑ 예산 과다편성·사업계획 미비 등 지목돼 "예산 효율성 떨어져…관리체계 수립 필요"윤석열 정부 임기 첫해 예산을 결산한 결과 안 쓰거나 못 쓴 돈을 말하는 이월·불용액이, 박근혜 정부(2014년)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 속에서 재정을 더 쏟아부어도 모자랄 판에 정부 예산을 역대급으로 남긴 것이다.

이월액은 사업의 변경이나 계획 미비로 인해 예산을 다음 회계연도로 넘겨 사용하는 것이며, 불용액은 예산을 책정해 놓고도 사용하지 않은 집행 잔액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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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살림연구소는 14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경기 침체에 더 쏟아부어도 모자랄 판에 정부는 예산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2022년도 중앙정부의 이월·불용액은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사진 연합뉴스)
민간 연구단체인 나라살림연구소는 14일 내놓은 '2022회계연도 결산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도 중앙정부의 이월액은 5조원·불용액은 12조9000억원으로 미집행액은 18조원에 달한다. 전년(이월·불용 12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45.5% 늘었다. 최근 13년(2010~2022년)간 미집행액 최대는 2014년회계연도로, 규모로는 25조4811억원 수준이다. 두 번째는 2013회계연도(25조3587억원)였다. 2022회계연도가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월액을 살펴보면 일반회계는 2조6477억원에서 2조7933억원으로, 특별회계는 1조3347억원에서 2조2561억원으로 늘었다. 합산 이월액은 전년보다 1조1000억원 늘며 26.8% 증가율을 보였다. 보고서를 작성한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특별회계는 예산액이나 예산현액, 지출액이 전년도보다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월액이 대폭 증가한 것은 특별회계 예산 집행상의 문제가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고 했다. 일반·특별회계를 합한 불용액은 전년에 비해 4조5000억원 늘며 54.5%라는 경이로운 증가율을 보였다.

이월액이 가장 많은 중앙관서는 국방부로 8597억원이었고, 질병관리청(7954억원)·방위사업청(3820억원)·행정안전부(1190억원) 순이었다. 국방 관련 2개의 관서가 전체 이월액의 44.5%를 차지했다.

불용액이 많은 관서는 2조7534억원이 발생한 기획재정부였다. 손 연구위원은 "기획재정부의 불용액이 전체 불용액의 27.4%에 이를 정도로 높다는 점은 예산 주무부처로서 적절한 예산 집행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도 각 2조2940억원·1조6000억원을 발생시켰다. 두 곳은 민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처라는 점에서, 대규모 불용이 발생한 것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4월말 현재 국세 수입이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3조9000억원이 줄며 세수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을 고려할 때, 올해 미집행액도 적은 규모가 아닐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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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 이월액·불용액 발생 규모.(자료 나라살림연구소)
정부 예산이 다 쓰이지 못한 이유로는 당초 과다하게 편성됐거나 사업계획의 미비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손 연구위원은 "예산은 사업적·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집행하는 것을 전제로 편성하는데, 미집행은 이러한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특히 과다한 미집행액은 국회의 예산 심의 권한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산을 이월시키는 부분은, 실제 예산을 확정한 의회의 의결과 달리 사업 기간을 변경해서 지출하거나 아예 사업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계획된 공공서비스 제공도 원래의 의도대로 되지 않거나 불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재정의 기능 가운데서 '경제 안정(발전)'은 지출을 통해서만 가능한데, 집행되지 않은 예산은 경제적 효과도 발생시키지 못한다.

손 연구위원은 "예산의 운용상 이월이나 불용을 완전히 없앨 수 없으며, 필연적으로 매년 반복이 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크게 증가한다는 점은 제도의 취지를 벗어나고, 예산의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로 나타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매년 반복적으로 이월이나 불용이 발생하는 사업의 유형에 대해서는 예산 조정 단계에서부터 적정한 예산이 편성될 수 있는 관리 체계 수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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