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

돈 쓸 곳 많고, 세수 부족한데…'증세' 언급 없었다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 |
  • 작성일 2023-08-29

정부,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재정수입 연 3.7% 늘듯…국세수입은 밑돌아  건전재정 기조에…총지출 증가율은 3.6%로 고령화·저출산으로 의무지출(5%) 증가세 커 재원마련 위한 증세 없이…비과세 정비 등

조세일보
윤석열 정부가 재정의 운용 방식을 '건전'으로 굳히고 있다.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긴 상황에서 확장적인 재정 기조를 유지한다면, 미래 세대에게 과중한 빚 부담을 떠넘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쓸 돈을 최대한 줄여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복지에 쓸 돈(의무지출)은 매년 늘어난 구조인 만큼, 재원 마련은 숙제다. 정부는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는 등 방법으로 재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과거 정부에서 강조했던 부분이라 실효성에 물음표가 생긴다. 전문가들은 세입기반을 늘리는 기존 방식에 더해, 새로운 재원 발굴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2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재정지출은 이 기간 연평균 3.6% 늘어난다. 지출증가율은 2023년 5.1%에서 내년 2.8%로 확 줄어든다. 이후 2025년에 4.2%로 올랐다가 2026년 3.9%, 2027년 3.6%로 하향 곡선을 그린다.

의무지출 증가율은 총지출을 넘어선다. 기재부는 "고령화·저출산 등으로 인한 복지분야 법정지출, 국채이자 등 의무지출 증가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의무지출 비중은 내년 53.0%에서 2025년 54.5%로 오른다. 이러한 기조는 2027년까지 지속되면서 연평균 증가율은 5.0%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돈 쓸 곳은 많은데, 걷히는 돈이 적다는데 있다. 내년 재정수입(국세·세외·기금수입)은 612조1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지출(656조9000억원)보다 적다.
조세일보
매년 불어나는 나랏빚 속에서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재정운용이 지속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1134조4000억원인 국가채무는 내년 1196조2000억원, 2025년엔 1200조원(1273조3000억원)을 넘어선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24년에 51.0%에서 2025년 51.9%까지 오른다.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GDP 대비 58조2000억원(-2.6%)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내년엔 마이너스 3.9%(-92조원)로 적자 폭이 커진다. 그만큼 향후 재정을 풀 여력이 줄어들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건 2025년 이후부터 매년 적자 규모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정혁신, 비과세·감면 정비로…재원조달책 도돌이표

정부는 내년 이후에는 국세수입 흐름이 개선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내외 경제여건을 보면 여전히 높은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국제원자재 가격 추이·기상여건 등이 꼽히는데,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임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재정 충당'에 기능을 둔 조세가 강조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 강려한 '지출 다이어트'를 단행한다. 집행부진, 연례적 이·전용 사업, 관행적 보조·출연·출자 등의 재량지출 사업을 줄여, 재투자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국고보조금도 대수술이 이루어진다. 정부는 모든 보조사업을 대상으로 사업의 정책적 타당성·효과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미흡 평가를 받은 사업은 보조금을 삭감하거나 폐지한다.

세입기반을 늘리는 부분도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불필요한 비과세·감면 제도를 손질(폐지 등)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의지와는 다르게, 상당수 제도가 보완 작업(재설계)을 거치지 않고 단순 연장되는 모양새다. 기재부가 지난달 내놓은 '2023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일몰이 도래한 비과세·감면 제도는 71개로, 이 중 일몰이 종료되는 제도는 6개에 불과하다. 보완 작업도 없이 단순하게 일몰기한이 연장된 제도가 58개다. 결혼·출산 양육에 대한 조세지출(감세)로 세입기반을 늘리겠다는 부분도 실효성에 의문이 붙는다. 정부는 "미래대비를 위한 조세정책을 통해 중장기 세원기반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세입확충책으로 제시한 건 혼인 증여재산 공제 신설 등이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감세정책이 경제를 살릴 것처럼 기대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이를 통한 구조적 위기극복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활력·민생안정 등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지금 당장 정부가 할 일은, 수년간 반복한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사회연대세·탄소세 등을 도입해 세입기반을 확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조세일보(http://www.joseilb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