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

"주주 보호제 없이, 상속세 감세땐 조세저항 직면할것"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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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3-11-13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논평서 밝혀상속세 최고세율을 낮추거나 유산취득세(현행 유산세)로 전환을 검토한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실시하는 '주주 보호(예: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등)' 제도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지 않고 감세만 했을 땐, 재벌특혜라는 조세저항에 부딪힐 것이란 지적이다. 13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하 포럼)은 논평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조세일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13일 낸 논평에서 "상속세 감세 논의는 반드시 주주 보호 제도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고 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에 주요 기업체 건물들.(사진 연합뉴스)
현재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다만 기업상속 시 최대주주 할증까지 고려하면 60%에 이르기 때문에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렇게 막대한 상속세 부담에 기업 승계를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정부도 이를 우려한 듯, 상속세제 손질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 질의)에서 "상속세 체제를 한 번 건드릴 때가 됐다"고 말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등 일부 기업인들도 경영권 가업승계가 불가능하니, 최고세율 특히 대주주 할증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동의한 바 있다.

포럼은 "우리나라의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 최고세율, 특히 대주주 할증은 소위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과세"라며 "따라서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과세가 사라지려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먼저 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경영권은 주기적으로 경영성과에 대한 검증을 받고 주주의 신임을 얻어야 하기에, 지배주주의 사적 재산권이 될 수 없으며 세습이나 매매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경영권의 사적 소유나 매매로 전제로 하는 프리미엄이나 그에 대해 과세도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포럼은 "자본시장이 발달한 영미나 유럽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이란 관남 자체가 없고 지배주식만을 유통주식에 비해서 높은 가격으로 매매하는 일은 거의 없다"며 "경영권을 주주 전체가 아니라 지배주주만을 위해서 남용할 수 있다는 관념 자체가 불법"이라고 했다.

그러나 경영권 프리미엄이란 관념이 사라지려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단 목소리다. OECD 주요국에서 도입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등 주주가 무능하거나 불법적인 이사들에게 경영 책임·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포럼에 따르면 한국에선 OECD 주요국의 주주 보호 제도(의무공개매수제도, 합병비율 조작 금지, 자사주 마법 혹은 경영권 방어 목적 처분금지, 모자회사 동시상장 금지, 증권집단소송 즉시항고 폐지, 증거개시제도 등)가 없다. 이 때문에 지배주주가 이사회를 무력화하고 경영권을 남용해 사익편취를 하거나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경영권을 매매하고 있다고 한다. 포럼은 "최근에도 시가의 몇배 되는 프리미엄을 얹어서 경영권을 매각하거나(YTN), 모자회사 동시상장(두산로보틱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및 경영권 분쟁 중에 자사주를 우호세력에게 매각하는 시도 등 기업거버넌스 파괴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은 2008년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10%로 인하(현재는 20%)하면서,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증권선물투자자보호센터를 설립하는 등 강력한 주주 보호제를 만들었다. 일본은 여전히 상속세율이 높지만, 2012년 자본시장 개혁을 시작으로 2015년엔 도쿄거래소의 일본기업거버넌스코드에 영미법 상의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전면적으로 도입했다.

포럼은 "우리 정부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혹은 유산취득세로 전환 등을 검토한다면 반드시 주주 보호 제도도 동시에 도입되어야 한다"며 "만일 주주 보호 제도의 도입 없이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를 시도한다면 재벌과 부자들에게만 막대한 특혜를 준다는 국민들의 거대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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