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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미완성으로 끝난 '2019년 세법개정' 대장정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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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0-03-13

지난해 정부의 세법개정안(2020년 적용)은 예년과 달리 이른 '수확'을 준비했었다.

기업들의 경영의욕을 위축시키는 상속세 문제, 국내 주류 산업의 발전을 막는 주세법 등 기업들의 기(氣) 살리는 정책들을 통상 7월말로 잡아왔던 예년의 발표일보다 앞서 선보이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해관계자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으나, 대체적으로 정부의 정책 의지가 담긴 개편안은 국회 벽을 넘었다.

그런데 해를 넘기고 세법개정 후속조치(시행령, 시행규칙)가 이루어진 뒤에도 정부의 대(對)국회 설득 작업은 끝나지 않았다.

비(非)예산부수법안을 두고 정부, 국회 간(또는 여야 간) 타협점을 찾지 못해서다. 직접적인 세수와는 관련이 없어 논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법안 처리가 미루어진다면 이해관계를 가진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우려가 컸다.

현재 국회 분위기로는 '입법 공백'이 장기화 될 모양새다.

한 해 농사, 이른 수확을 준비하다
일지

세법을 입안하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통상 1~2월까지 전년에 발표했던 세법개정(국회통과 기준)의 후속 작업인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 업무로 인해 분주하게 돌아간다. 이후 관계부처, 재계, 학계 등으로부터 건의사항을 전달받고 수용 여부를 결정하면서 그해 세법개정 작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작년의 경우엔 첫 달부터 굵직한 세제개편이 검토되기 시작했다.

'가업상속공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인사청문회(2018년 말) 당시 "가업승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성장에 기여하도록 제도를 근본적으로 보겠다"고 밝힌 이후부터다.

이해관계자들 간 조율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홍 부총리가 당초 언급했던 시기(4월)보단 늦은 6월 발표로 개편안 모습이 드러났다.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 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줄이거나, 사후관리 기간 내 업종변경 허용범위를 넓혀주는 게 주요 골자였다. 재계·정치권에서 요구하는 수준엔 미치지 못했지만, 기업환경 변화에 따라가는 세제 조치로서 나름의 진전이라는 평가를 남겼다.

51년 만(1958년 이후)의 주세 개편도 업계의 큰 관심사였다.

현행 주세 체계가 국산 맥주 업체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수입 주류는 '수입신고를 하는 때'의 가격을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으로 하기에, 수입업자의 국내 이윤·판매관리비가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국산 주류는 '출고하는 때의 가격(제조원과, 이윤·판매관리비 포함)'으로 과표를 정하다보니 과세형평성 문제 제기가 많았다.

주세 개편의 사전검증격인 공청회(6월, 조세재정연구원 주최)가 열렸고, 이 자리에선 주종별 단계적 전환방식이라든지 리터당 세금 등 개편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정부는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맥주, 탁주(막걸리)에 대한 주세 체계를 술의 양으로 기준해 과세하는 '종량세(종전 종가세, 가격 기준 과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개편안을 6월 내놨다.

반(反)기업 정서 떨친 세제개편
세법

◆…정부는 지난해 7월말 경제활력·혁신성장 지원, 경제·사회의 포용성·공정성을 강화하는데 역점을 둔 2019년 세법개정안은 발표했다. 사진은 당시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기획재정부)

정부가 작년 7월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내수활성화·공평과세·세제합리화'라는 기본골격을 유지한 채, 당시 경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세제지원책을 담아냈다.

일본의 수출규제를 중장기적으로 극복한다는 차원에서 첨단 소재 분야 연구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했고, 최우선 국정과제인 '일자리 늘리기'를 뒷받침하는 내용(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한 기업에 세액공제, 경력단절여성 재고용 요건 완화 등)도 다수 담겼다.

전반적인 조세 기조가 기업에 대한 '감세(減稅)'로 전환된 부분이 특징으로 꼽혔다.

2019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향후 5년(2020~2024년) 간 4680억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한다. 순액 기준을 보더라도 다른 세목과 달리 법인세수만 149억원 줄어든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유지해 온 대기업 억제책(법인세 인상 등)으로 반(反)기업적이라는 시그널을 준 기조가 바뀐 것이다.

조세제도 합리화 측면에선 중소기업에 대해 최대주주 주식 상속 시 할증평가를 제외(일반기업은 지분율 관계없이 20%)하거나, 고가겸용주택(주택+상가) 매각차익 양도소득세 계산방식을 주택과 주택 외 부분을 분리해 과세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국세청 내 납세자보호담당관이 조사공무원의 세무조사권한 남용 여부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등 납세자 권리를 보호하는 개정도 이루어졌다.

과세정상화는 수치로도 증명했다. 작년 세법개정안에 따라, 그해 일몰이 도래하는 조세지출제도 34개 가운데서 일몰이 종료·축소되는 제도가 13개였다. 실효성이 미미하거나 과세형평성이 제기된 제도다. 이 조치로 조세지출 정비율은 38.2%를 기록하면서 최근 5년(2015~2019년)새 최고 수준을 보였다.

국회 무관심 속 방치되는 '세(무사)법'
법사위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에서 처리되고 후속 작업(시행령 개정 등)까지 마친 상황에서, 비(非)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된 세무사법만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문. (사진제공 연합뉴스)

독자법 훼손 논란이 있었던 일부 국세기본법 개정(국세의 범위에 관세 포함)만 제외하고 소득·법인·부가가치세·조세특례제한법 등 17개 법률안의 최종 버전이 확정됐고, 예산안과 함께 9월 초 국회에 제출됐다. 의원입법안까지 포함했을 땐 그해 정기국회에서 심의될 세법개정안 수는 680여건(10월 말 국회의안정보시스템 기준)에 달했다.

예년과는 다르게 세법심의에 첫 단추는 잘 끼워졌다. 세법을 심의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지난 11월 11일부터 매주 월·수·금요일마다 조세소위원회를 가동했고, 개정 취지를 점검하기 위한 일독(一讀) 과정을 마친 후 잠정적인 합의안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도 '늑장 처리'는 이어졌다. 세법을 포함한 예산안 처리가 법정시한(12월2일)을 넘겼고, 이후 국회는 선거법 등을 놓고 공전만 거듭했다. 지난해 말(27일)이 되어서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칠 3개의 법률안(세무사, 관세사, 인지세법)만 제외하곤 모두 국회 벽을 넘었다.

해를 넘기고 지난 1월 초 법사위가 가동됐지만, 이들 법안은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검찰청법 개정안)·유치원 3법 등 정치·민생 이슈에 묻혀 논의 안건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세무사법의 경우 헌법불합치 결정(2018년 4월, 세무사법 6조·20조 관련조항 위헌)에 따라 '세무사 자격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를 조정하는 법 개정이 시급한 사안이었다.

결과적으로 지난 3일 인지세(전화가입 시 인지세 폐지 등), 관세사(전관 관세사 규제)법은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고, 법사위 과정에서 논란이 컸던 '종교인 퇴직소득세 완화'법은 제동이 걸렸다. 현재(13일)까지 처리되지 못한 전년의 개정 법률안은 세무사법이 유일하다. 

세무사법 개정이 계속 미루어지면서 위헌에 따른 권리 침해에, 납세자에게까지 불통(법인세 신고 차질 등)이 튈 우려는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이미 여야 모두 반대표를 던진 만큼, 20대 국회에선 법안 폐기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세무대리업계에선 지금도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며 "예측가능성을 훼손하는 법률 공백을 빠르게 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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