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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길 내몰린 '세무사법 개정안'…이대로 주저앉나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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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0-03-12

국회 법사위, 세무사법 개정안 재논의 결정했는데... 2월 임시국회 종료 D-6, 세무사법 사실상 폐기 수순 밟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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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세무사법 개정안을 재논의 하는 것으로 결정한 뒤 여상규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4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세무사법이 기한(2019년 12월말) 내 처리되지 않으면서 '입법공백'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재 분위기만 놓고 보면, 세무사법 개정안 자체가 폐기 수순을 밟게 될 공산이 큰 것이 더 문제다.

지난 4일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세무사법 개정안 심의에 들어갔지만, 여야 의원들에 협상이 불발되면서 법사위 전체회의에 계류됐다.

지난해 11월 기획재정위원회 합의안이 도출된 뒤 사실상 '개점휴업'상태였던 법사위가 최근 가동되면서 개정안 통과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여상규 위원장 등을 중심으로 한 변호사 출신 법사위원들이 제동을 걸면서 끝내 본회의 표결이 무산됐다. 

12일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위해 3월 중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릴 예정이긴 하나, 코로나19 피해극복과 총선정국 등 여러 가지 변수를 감안하면 법안통과에 부정적인 전망이 많은 상황이다.  

세무사법 연내처리 불투명… 무엇이 발목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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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기획재정위원회 합의안이 도출된 뒤 사실상 '개점휴업'상태였던 법사위가 열리면서 개정안 통과에 관심을 모았지만 여야 의원들은 전체회의에 계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사진은 문이 닫혀 있는 법사위 회의장 모습. (사진 연합뉴스)

변호사들에게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해주는데도 논란이 되는 부분은 세무사 업무에 핵심인 회계장부작성(이하 기장)과 성실신고확인에 제한을 두면서다.

현행 세무사법에 따르면 세무사 업무범위는 ▲조세신고·불복청구 등 대리 ▲조세 상담·자문 ▲의견진술 대리 ▲공시지가 이의신청 대리 ▲조세 신고서류 확인 ▲세무조정계산서작성 ▲장부작성 대리(기장) ▲성실신고 확인 등 8가지.

당초 세무사법을 심의하는 기획재정부에서는 변호사에게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하되, 기장과 성실신고확인 업무를 제외한 개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업무를 제한한 부분을 두고 위헌이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제동이 걸렸고, 이후 국무조정실의 조율을 거쳐 '실무이수(6개월)'를 전제로 모든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하는 개정안이 나왔다.

이후 국회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에 논의를 거치면서 기장과 성실신고확인 업무를 제한하는 내용(김정우 민주당 의원 발의 안)으로 또 다시 번복을 거쳤다.

이대로 개정안이 통과하면 기장과 성실신고확인업무는 할 수 없기 때문에 변호사들에게 또 다른 '진입장벽'이 생기는 셈. 이를 두고 세무사와 변호사 양측업계의 입장차가 평행선을 달렸다.

세무업계는 헌재의 판결이 세무대리 업무를 일체 할 수 없도록 전면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며 회계 지식이 필요한 기장업무를 제외하는 것이 문제없다는 입장인 반면, 변호사업계는 근간이 되는 핵심 업무를 제한하기 때문에 헌재결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법사위로 넘겨진 세무사법 개정안은 여야의원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전체회의에 머물러있는 상황이다.

'입법공백' 피해 심각… "본회의에 표결 붙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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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예한 입장 차이" 세무업계는 헌재의 판결이 세무대리 업무를 일체 할 수 없도록 전면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며 회계 지식이 필요한 기장업무를 제외하는 것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변호사업계는 근간이 되는 핵심 업무를 제한하기 때문에 헌재결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세무사법 개정이 계속 지연된다면 세무대리 활동에 근간이 되는 등록규정이 무력화되고 세무대리인들의 도움이 필요한 납세자까지 선의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세무사회에 따르면, 현재 세무사 자격증을 취득하고서도 세무사 등록을 하지 못하는 인원이 지난해 합격자와 국세경력세무사 등을 포함해 1000여명을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수 백 여명의 변호사들도 세무사 등록부에 등록을 요청했지만 정부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세무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등록이 막혀 개업을 못하고 있다고 밝힌 한 세무사는 "법사위 결정으로 입법공백이 이어지게 되면서 수 백 여명의 삶이 실업자 신세로 전락했다"며 "세무사로서 살아남기조차 힘든 시대에 국회에 불합리한 판단을 보면서 좌절감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한국세무사회도 당장 3월 말 기한을 앞둔 법인세 신고 과정에서 '기존에 활동 중인 세무사들마저 등록이 무효화 될 수 있다'는 일부의 법 해석에 따라 신고서가 효력을 잃게 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한국세무사회 관계자는 "일부 의원들에 반대로 세무사법을 본회의에 회부하지 않은 법사위 결정에 유감"이라면서 "입법공백이 길어지고 있는 시점에 법안 논의를 소위로 보내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하루 빨리 개정안을 본회의 표결에 붙여 조속히 법안을 처리해야한다"고 말했다.

이해충돌 가능성이 높아 세무사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할 수 있을지 여부는 현재로선 대단히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총선정국과 맞물려 불투명한 의사일정이 세무사법 개정안의 통과를 어렵게 한다는 분석이다.

5월 임시국회 등이 열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까지 개정안 처리에 기회가 남아있지만, 여상규 위원장 등 변호사 출신 법사위원들의 반대 입장이 분명해 향후 재논의 과정에서 통과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원칙적으로 법사위에 상정된 안건은 모든 위원들이 찬성해야 통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2월 임시국회는 오는 17일로 종료되며, 제20대 국회 회기(5월29일)가 종료되면 세무사법 개정안은 자동 폐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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