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뉴스

“가상화폐 회계기준도 없이 회계 감사해야 할 실정”
  • 작성자 삼덕회계법인
  • |
  • 작성일 2018-01-17
가격 널뛰는 가상화폐 평가 기준 없어 혼란
관계당국은 “가상화폐 법·정책 확정 안 돼 빠른 제정 힘들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거래가 급증하며 가상화폐의 보유액이 크게 늘고 가상화폐거래소의 경우 외부감사 대상법인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회계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가상화폐거래소인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이 올해 외부감사 대상 법인이 됐으나 아직 가상화폐의 성격, 계정과목, 평가방법 등 어느 것 하나 명확하게 회계기준이 정해지지 않았다.

비티씨코리아닷컴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임의감사를 받고 사업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해 왔는데, 2016년 기준 자산 규모 120억이 넘어 올해 첫 법정감사를 받게 된다.

이 회사 임의감사를 수행해 온 지성회계법인의 이희수 대표는 “가상화폐거래소의 업무 특성에 맞는 정확한 기업회계처리기준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 가상화폐의 계정과목 분류, 예치금·가상화폐 등 고객자산에 대한 재무제표 기재 여부, 가상화폐 평가손익방법 등 세부 회계처리에 대해 거래소, 외부감사인에 따라 이견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도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 몇 곳도 법정감사는 아니지만 올해 임의 감사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계처리기준 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올해는 법정감사 대상이 한 곳 뿐이지만, 내년 회계 결산부터는 가상화폐 열풍을 타고 법정 감사 대상이 되는 거래소의 수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가상화폐를 직접 투자하는 법인이 늘고 있어, 금융당국이 빠른 시일 내 기준 마련에 나서지 않는다면 관련 회계기준 미비로 인한 혼란은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 회계기준이 없어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가상화폐의 가치를 평가할 기준이 없어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는데다 비교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회계처리시 재무상태표·손익계산서에 가상화폐를 어떤 계정과목으로 계상하고 손익을 잡아야 하는지, 자산평가시 원가법 또는 시가법으로 처리해야 하는지 기준이 없어 거래소마다 회계처리를 독자적 판단대로 제각각 처리해야 할 실정이다. 이로 인해 자산 평가가 왜곡된 다는 것이 회계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가상화폐의 경우 가격 변동폭이 커 가격을 신뢰성있게 평가할 수 없고, 주식시장과 달리 24시간 실시간 거래되는 특성 상 어느 시점을 가격 평가 시점으로 잡아야 할지 정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다.

이희수 대표는 “가상화폐는 결산 시점인 12월 31일에 100원인데 다음날인 1월 1일 50원이 될 수 있는 상황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며 “그럴 경우 결산 시점의 가격이 신뢰성을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빗썸 등 20개가 넘는 거래소가 운영 중인데 거래소 별 시세가 각각 달라 신뢰성있는 평가가격을 설정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더구나 최근 우리나라의 경우 가상화폐 열풍으로 한국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 가격이 미국 등 해외 거래소보다 30%가량 비싸게 형성되는 상황이라 어떤 가격을 기준점으로 평가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이희수 대표는 “누구나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격이나 누구나 동일한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회계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에 대한 성격 규정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고, 회계처리와 관련한 의견도 금융당국, 회계전문가들 사이에 엇갈리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는 금융상품으로 보지도 않고 화폐로도 보지 않는다”고 밝힌바 있다.

최근 과열현상이 벌어진 가상화폐거래소를 제도권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차원에서 나온 말이지만, 가상화폐에 대한 성격 규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발언이라 주목된다.

회계기준원 관계자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IFRS 기준에 따르면 금융자산도 아니고, 재고자산도 아니고, 무형자산도 아니고, 통화·현금도 아니다”며 “부합하는 기준이 없어서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져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회계 전문가들은 견해를 달리했다. 대체로 가상화폐를 무형자산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하지만 의견이 엇갈렸다.

한 대형회계법인 회계사는 “가상화폐는 K-IFRS 제1032호의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해 금융자산이 될 수 없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의 정의도 충족하지 못한다는 전제하에서 비트코인은 비금융 무형자산이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른 전문가도 “가상화폐는 현금 또는 금융상품의 정의를 충족하지 않으며, 회사별로 판단하는 재고자산의 정의를 충족하지 않는 경우 무형자산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다만 거래의 빈번도 등을 고려해 통상적인 영업과정에서 판매를 위해 보유중인 기준서 제 1002호에 따른 재고자산의 정의를 충족한다면 재고자산 회계처리가 적절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은 지난 3년간 임의 감사시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유동자산인 당좌자산으로 판단해 회계 처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가상화폐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자체적으로 이를 규정해 처리해온 것이다. 

감사인인 지성회계법인은 임의감사시 당좌자산으로 처리해오던 가상화폐를 올해 법정감사부터는 회계전문가들의 다수 의견을 수렴해 무형자산으로 처리할 것을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희수 지성회계법인 대표는 “가상화폐거래소를 통한다면 다른 거래당사자로부터 금융자산(현금)을 수취할 수 있으므로 금융자산으로 회계처리 하는 방법도 일견 타당하다”고 전제하면서도 “현재 우리나라 정부에서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아 형식과 실질의 괴리가 존재하는 상황이며 현재로서는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금융당국, 회계 전문가들, 감사인 사이에 회계처리시 가상화폐에 대한 성격 규정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은 가상화폐에 대한 회계기준 제정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회계기준원 관계자는 “회계기준원은 가상화폐 회계기준 제정을 위한 검토를 하고 있고, 국제회계기준원(IASB)의 진행 상황, 다른 국가의 사례 등을 꾸준히 모니터링 중”이라면서도 “가상화폐 관련 입법 방향, 정부 정책에 따라 회계처리, 회계분류 등이 가변적이어서 회계기준이 일찍 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와관련 17일부터 가상화폐전담 TF를 운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TF에서 가상화폐거래소 규제 방안뿐 아니라 당장 결산을 진행하고 있는 거래소와 법인투자자들에게 가상화폐 회계처리에 대한 통일된 지침이라도 조속히 마련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 11월 기업들이 가상통화를 사용할 때 적용하는 회계기준 초안을 발빠르게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거래가 활발한 비트코인은 시가로,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가상통화는 장부가로 평가하도록 했다.

이희수 대표는 “금융당국은 기업 및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가상화폐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회계법인들도 금융당국의 결정을 바탕으로 가상화폐 회계처리기준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조세일보(http://www.joseilb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